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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美 비자벽에 좌절한 해외인재 ... 100명만 데려와도 K과학 살아난다 (매일경제신문, 2026.6.18)

'해외유턴파' 김현철 연세대 교수·구본경 IBS 단장 대담

김현철 연세대 교수(왼쪽)와 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과학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대한민국 과학기술 인재 양성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다. 국가 성장의 기반이었던 이공계 인재 공급 체계는 '의대 쏠림'과 '해외 이탈'이 겹치며 사실상 작동을 멈췄다. 자체 육성만으로는 인력 수급이 불가능한 구조적 위기 단계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금이 반등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내외적 이슈로 글로벌 인재 시장의 유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현철 연세대 교수와 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물었다. 각각 홍콩과기대 종신교수직과 유럽 최고의 생명과학 연구소(IMBA) 그룹리더라는 '보장된 미래'를 뒤로하고 한국행을 택한 대표적 '해외 유턴파 석학'이다.

두 사람은 "한국 과학계에 남은 골든타임은 길어야 5년 남짓"이라며 "지금 시스템을 개혁해 해외 S급 두뇌들을 흡수하지 못하면, 한국은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남은 시간이 '5년'인 이유는.

▷김현철 연세대 교수=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인해 인재 시장 유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5년을 골든타임으로 봤다. 하지만 단지 그뿐만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건 '인공지능(AI)의 시간'이다. AI가 의료, 법률 등 전문직을 대체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우리 대학과 연구 시스템이 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마지막 물리적 시간이 5년이다. 지금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 인재들은 AI가 지배하는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인재 유출보다 더 위협적인 것이 이 'AI 쇼크'다.

▷구본경 IBS 단장=동의한다. 외부적으로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인재 이동이, 내부적으로는 인구절벽이 겹치는 시기다. 지금 대학원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인구절벽의 초입 세대다. 5년 뒤면 연구 현장의 허리인 박사급 인력이 급감한다. 그때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다. 지금이 해외 인재를 수혈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 두 분 다 해외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했음에도 한국행을 택했다.

▷김 교수=외국에 살면서 늘 '용병'이라는 한계를 느꼈다. 용병은 조건이 안 맞으면 언제든 떠난다. 하지만 '국군'은 다르다. 나라가 위기일 때 끝까지 남는 게 국군이다. 밖에서 보니 한국의 인재 고갈 문제가 심각했다. 논문 몇 편 쓰는 것보다, 내 조국의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데이터로 진단하고 처방하고 싶어 국군이 되기로 했다.

▷구 단장=유럽에서 연구할 때 늘 아쉬웠던 게 '왜 한국에는 이런 연구 환경이 없을까'였다. 그러다 IBS에서 세계적 수준의 지원을 제안했다. 내가 가서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연구가 가능하다는 성공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 후배들도, 해외 동료들도 한국을 선택지로 올릴 것 아닌가.

- 현장의 이공계 위기 실상은.

▷김 교수=숫자보다 무서운 건 속도다. 과거엔 이과 수석이 공대에 갔지만, 지금은 전국 4567등까지 의대로 진학한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기형적 미스매치다. AI 시대에 과학기술 인재가 고갈되면 국가 경쟁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시스템의 변화 속도는 너무 느리다.

▷구 단장=국내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는 이유를 봐야 한다. 한국에서 대학원생은 '가장 저렴하고 효율성 높은 대체 인력' 취급을 받는다. 박사과정생은 실질적인 연구의 핵심인데,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인 인건비를 받는다. 외국과 달리 한국 이공계 랩에는 '석사급 연구원(테크니션)'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원생이 훨씬 싸기 때문에 그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소모품 취급을 받으니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이다.

- 해외 인재를 데려오려 해도 장벽이 높다고 들었다.

▷구 단장=그렇다. 현장은 '갈라파고스'다. IBS조차 내부 행정망이 온통 한글로만 운영된다. 외국인 석학이 와도 한국인 조교 없이는 연구비 신청서 하나 못 쓰고, 안전수칙도 못 읽는다. 심지어 연구재단 과제 신청 시스템도 외국인에게는 높은 장벽이다.

- 각종 규제도 발목을 잡는다는데.

▷구 단장=연구비 집행의 경직성이다. 1억원짜리 연구 장비 하나를 사려고 해도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NFEC) 심의 등을 거치며 약 2년이 걸린다. 과학은 속도전이다. 2년이면 연구 트렌드가 이미 다 바뀐 뒤다. 외국인 학자들은 '나를 데려와놓고 왜 장비는 안 사주냐'고 묻는다. 연구자가 연구보다 행정 처리에 시간을 더 쓰는 구조다.

▷김 교수=처우 격차도 문제다. 홍콩과기대 신임 교수 연봉은 한국의 2배 수준이다. 주거, 교육비 지원까지 있다. 한국은 호봉제에 묶여 30대 유망 학자나 50대 평범한 교수나 연봉이 비슷하다. 이런 구조에선 떠난 인재가 돌아오기 어렵다. 등록금을 자율화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

-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나.

▷김 교수=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립과학재단(NSF) 예산을 절반으로 깎고 비자 장벽을 높이면서 미국 대학가와 연구소는 큰 혼란에 빠졌다. 수많은 프로젝트가 멈추고 박사급 인력이 갈 곳을 잃고 있다. 이때 우리가 나서야 한다. 중국이 '천인계획'으로 해외 인재를 유치했듯, 우리는 '백인(100명) 계획', 즉 빅 푸시(Big Push)를 해야 한다. 100명의 S급 인재가 들어오면 대한민국 과학계의 체질이 바뀐다.

- 100명의 해외 인재로 정말 나라가 바뀌나.

▷구 단장=바뀐다. K리그를 보라. 외국인 용병 제도가 도입되면서 한국 축구 전체의 수준이 올라갔다. 이 100명은 한국 과학계의 생태계 전체를 업그레이드할 '종자(Seed)'가 된다. 어떤 사람들은 '외국인 교수에게 연봉 3억원, 5억원을 주는 건 국부 유출이 아니냐'고 한다. 그렇지 않다. 그건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그 한 사람이 창출할 기술적 가치, 그가 키워낼 제자들, 그가 가져올 글로벌 네트워크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봉의 수백 배, 수천 배 이익이다. 작은 비용을 아끼려다 국가의 미래를 놓쳐선 안 된다.

▷김 교수=중요한 건 '잃어버린 20년'을 단축하는 효과다. 지금부터 초등학생을 키워서 20년 뒤에 노벨상을 받게 하는 건 인구절벽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30·40대 '라이징 스타' 100명을 데려오면, 단숨에 20년의 교육 격차를 메울 수 있다. 이는 시간을 사는 전략이다.

- '돈'만 해결되면 만사형통인가.

▷구 단장=그렇지 않다. 단순히 연봉만 많이 준다고 오지 않는다. 정주 여건이 핵심이다. 아무리 훌륭한 석학이라도 한국에 오면 '금융 난민'이 된다. 미국에서 신용점수가 1등급이어도 한국에 오면 신용 기록이 없어 신용카드는커녕 중도금 대출도 못 받는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문제가 인재 유치의 결정적 장벽이다. 행정 시스템 영문화는 기본이고, 금융·주거·교육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해주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김 교수=진입 장벽을 낮추는 묘수도 필요하다. '겸직 허용'이 답이 될 수 있다. 해외 석학들에게 당장 미국 대학을 그만두고 한국에 올인하라고 하면 리스크가 크다. KAIST처럼 외국 대학과의 겸직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우리가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한국행을 선택하는 심리적 장벽도 낮아진다. 유연하게 문을 열어야 진짜 인재가 들어온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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